증평이 낳은 씨름왕 김진 회색 구름이 몰려와 금세라도 빗방울이 떨어질 듯한 날씨다. 바쁜 일손을 잠시 멈추고 자전거 페달을 힘껏 밟았다. 증평장뜰시장에 당도하니 '2023년 천하장사 대축제에서 천하장사에 오른 증평군청 인삼씨름단 김진 선수를 위한 축하퍼레이드가 펼쳐진다. 증평군청까지 흥을 돋우는 고적대 및 두레농악단과 증평인삼씨름단, 씨름 꿈나무들과 주민이 함께 걷는 행렬이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지난 2일 열린 행사는 천하장사에 오르며 증평군의 위상을 드높인 김진 선수를 증평군민과 함께 축하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이날 행사에는 증평
가을과 겨울 중국의 구양수(歐陽修)가 지은 ‘추성부(秋聲賦)’를 읽고 그림으로 표현한 것은 생각이 닿을수록 놀랍고도 아름다운 일이다. 조선 후기의 화가 단원 김홍도가 그림으로 그려 낸 ‘추성부도’가 그것이다.구양수가 책을 읽다 소리가 나자 동자에게 무슨 소리인지 나가서 살피라 했고, 이에 밖으로 나간 동자는 ‘별과 달이 환히 빛날 뿐 사방에 인적은 없고 소리는 나무 사이에서 납니다. 사무인성(四無人聲) 성재수간(聲在樹間)’이라고 답했다는 바로 그 장면을 그려낸 것이다. 동자는 손을 들어 바람 소리 나는 쪽을 가리키고 있으며, 집에서
깊어가는 가을, 깊어가는 고민우리나라의 문맹률은 1% 미만으로 제로에 가깝다. 그만큼 교육에 대한 열정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배우고 익히기 쉬운 한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도로 발달 된 산업화 시대에 새로운 문맹이 생겨나고 있다. 바로 디지털 문맹이다. 문맹으로 산다는 것은 불편한 일이다. 나는 요즘 세상에 나가는 것이 두렵다. 나는 기계 앞에서 청맹과니다. 먼 길을 가야 하는 일이 생겼다. 나는 공간지각력이 남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아. 그래서 청주를 벗어날 때는 주로 남편과 함께하는 데, 이번에는 남편이 중요한 다른 일
어름사니는 끝내 이승을 하직했다. 시월도 마지막 날, 바싹 마른 채 죽어 있는 어름사니를 보았다. 머리카락이 빠진 것처럼 엉성한 집에서, 주인도 없는 사체가 간단없이 떨린다. 높새가 거미줄 치는 초겨울, 복색도 현란한 무당거미의 죽음이 아찔하다. 제 집에서 죽었는데도 첫서리에 시드는 나뭇잎처럼 꺾였다. 어찌된 사연일까. 눈 질끈 감은 뒤에도 허공에 결박된 채 외줄을 타곤 하더니, 썰렁한 죽음 뒤로 어름사니의 하루가 엇갈린다.그는 광대다. 특별히 줄을 타는 어름사니다. 혼자서는 움직이질 못하니 바람이 그네를 태운다. 퀭하니 들어간 눈
아버지의 산아무리 좋은 산이라도 정상에서 내려오면 서서히 잊어버리는데 두타산은 나의 뇌리와 가슴에 지금껏 자리하고 있다. 산을 찾을 때는 과연 정상의 형세는 어떠할지 사람들은 무작정 옆도 안보고 오르고 또 오른다. 대부분의 정상은 조금은 오만하고 위험한 형세로 위용을 과시하는데 두타산은 달랐다. 꽤 넓은 바위가 제단처럼 자리 잡고 그것도 계단식으로 3단까지 있어 편안하다. 작은 정이품송처럼 아담한 소나무도 한그루 서 있어 정상의 단아함을 잃지 않고 있다.낮지도 그리 높지도 않은 598 미터라는 네모난 표지석이 우리 내외의 입장을 허
20‧30 증평인삼골축제문화는 삶의 질을 높이는 현대인의 원동력이다. 축제의 계절에 증평문화축제를 떠올려 본다. 증평군은 충북 인삼을 석권(席卷)하여 생산할 만큼, 충북 인삼 집산지로서의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이처럼 오래전부터 오늘에까지 증평에 이어져 온 인삼경작과 유통은, 지금에 이르러 증평군 경제에 없어서는 안 될 특산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증평군민들은 증평이 인삼의 고장이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청명한 가을 날씨가 더없이 아름답다. 이렇듯 아름다운 계절에 지난 10. 12 ~ 15일에 걸쳐 보강천 체육공원 일원에서 펼쳐진
이기적으로 살기로 했다. 한 달간은 오직 나만을 생각하며 나만 보살피며 지내기로 했다. 그동안 가족들 뒷바라지에, 직장 일에 얼마나 많은 날을 쉬지 않고 달려왔던가. 나를 위한 시간은 늘 뒤로 뒤로 미뤄놓다 보니, 내가 누구인지 왜 사는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바다가 보이는 작은 집에서 나 혼자 먹고 나 혼자 자고 나 혼자 나를 만나고 나 혼자 산책하고 나 혼자 책을 보기로 했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나를 뒤적여 볼 생각이다. 혼자라는 것은 얼마나 호젓할까. 나를 아는 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나를 찾아가는 일, 생각만 해도 두
도라지는 통꽃 도라지꽃 수채화가 예쁘다. 이제 막 그려낸 듯이.재 너머 사래 긴 밭에 도라지가 피었다. 살구나무골 지나 푸실 언덕에 올라서면 다랑논이 보이고 벼가 익기 시작하는데 노을 지는 해거름에 보니 청남색 초롱을 내걸었다. 통꽃이라는 예명대로 활짝 벙근 꽃송이가 어쩜 그리 산뜻하고 보랏빛인지 몰라, 한 번도 깨지 않은 통잠 덕분에 기분도 상쾌하고 더위도 잠깐 잊었던 것처럼.평소 쪽잠과 괭이잠에 익숙했는데 모처럼 단잠을 잤다. 통꽃을 보는 기분도 남다르다. 잠에 대한 핸디캡 때문인지 허구한 날 잠이 고프고 꽃도 하나로 피는 통짜
관세음 해조음동해 바닷가 낙산사에는 여러 번 간 적 있는데 누군가 해수관음상을 보았느냐고 물어온다. 직장에 다닐 때나 가족하고도 간 적 있는데 원통보전이나 의상대에서 동해 바다를 바라보고 온 것이지 그 아름답고 신묘하다는 해수관음상은 가까이서 참배한 적은 없었다. 이번 여름에 손녀딸 방학을 맞아 양양 낙산사로 향한 것은 푸른 바다와 함께 그 해수관음상을 직접 보기 위함이었다. 그 보살님은 높이 16미터로 그야말로 거대한 부처님으로 화강암 산지로 손꼽는 전라북도 익산에서 석재 700여 톤을 운반하여 1977년 11월에 점안하였다고
스무 살 증평산수가 수려한 증평은 정주 여건이 빼어나다. 자전거 타기에도 좋은 환경이다. 생활권이 증평으로 학창 시절에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자전거로 통학하며 장뜰 사랑을 키웠다.애정이 가득한 증평군이 개청 20주년을 맞았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주민의 힘으로 '증평군'이라는 가슴 벅찬 이름을 얻은 지 꼭 20년이 되는 해이다. 또 지역 발전의 계기가 되었던 충북선 철도가 개통되고, 증평역이 설치된 지 1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2003년 8월 30일 출범 당시 소멸 1순위라는 우려를 불식하고 급성장하여 도시국가 싱가
설레는 마음을 안고 증평문화원 가족과 함께 나담 축제(Naadam Festival)의 산실인 몽골로 향했다. 나담 축제는 몽골 혁명 기념일인 7월 11일부터 13일까지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매년 개최되는 몽골의 대표적인 민족 축제이자 스포츠 축제다. 나담은 '남자들의 세 가지 경기'라는 뜻으로 몽골 씨름, 말타기, 활쏘기 등 3가지 경기가 축제의 중심이다. 나담 축제는 2010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나담이라고 하면 몽골인들에게 '호쏘르(튀김만두)'는 축제보다 먼저 떠올리기도 한다. 3일 동안 꼭 먹어야 하는 전통 음식
모란을 기다리며 봄을 맞이하고 보냈다. 활짝 핀 모란꽃이 모두 지고 허전할 때 내 마음을 위로해주는 또 하나는 연꽃이다. 그리 맑지 않은 연못 속에서도 그토록 고아한 꽃을 피워내는 연은 가까이할수록 신비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어디로 연꽃을 보러갈까 궁리 중에 ‘700년 아라홍련 세종에 피다’라는 이색 홍보를 인터넷에서 발견하게 되었다. 차를 달려 국립세종수목원에 이르니 하얀 무궁화꽃 보라색 도라지꽃이 활짝 피어있고 매미가 노래하여 어느덧 성하의 7월이 왔음을 실감하게 한다.세종시 중앙녹지공간에 마련된 도심형 수목원인 국립세종수목
고향 집 뒤란에 감나무 한 그루가 있다. 맞은편에는 디딜방아가 엎드렸고, Y자 통나무로 공이를 박았다. 발판을 딛고 서면 공이가 들리고 발을 떼면 아래로 박히면서 곡식을 빻고 쓿는다. 땅내를 맡은 고춧대가 갈라지면 천연 디딜방아 모습이라 방아다리고 움같이 연한 싹은 방아다리 고춧잎이다.순은 보통 6월 중순에 딴다. 그냥 두면 크질 못한다고 연거푸 따내시던 어머니. 진초록 순을 데치고 방아다리 작은 고추까지 훑어서 양념에 참기름에 바락바락 무치셨다. 갓 볶은 깨소금과 실고추가 들어간 고춧잎나물은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웠다. 고춧모를
한 마리가 알항아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우리 집에는 다섯 마리 닭이 산다. 친정에서 병아리를 데리고 왔는데, 언젠가부터 맨드라미 같은 벼슬이 머리에 피기 시작하더니 이젠 제법 닭 냄새를 풍긴다. 사료도 산란용으로 바꾸고 알을 낳기 위한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짚으로 짜서 걸어주어야 하지만 짚 구하기가 쉽지 않아 항아리 안에 겨를 깔아 아늑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 후 닭들은 항아리에 들어가 알을 낳았다. 일주에 열댓 개씩 알이 생겼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한 마리가 항아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알을 품기 시작한 것이다. 닭이 모이를 먹
우리가 꿈꾸는 아름다운 학교는 어떤 모습인가? 생각이 깊어질수록 아름다움이 무엇인가 설렘이 인다. 시대와 요구에 따라 다양한 의미가 존재하고 또한 변화하는 속성에 아름다움의 생명이 있기에 접근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우선 하드웨어적으로 학생들이 공부하고 인성을 배워가기 위한 교육 시설과 환경이 아름답게 갖추어진 학교를 연상한다. 요즘엔 학생들의 인성이 자라고 창의가 살아 숨 쉬는 학교로서의 이중적 필수 요소를 생각하게 된다. 거기에 가르침과 배움이 있는 학교인 동시에 학생, 선생님, 학부모 등 여러 교육공동체가 서로 화합하고
온 산과 거리가 시끌벅적한 석탄일이 지나고 다음 날은 비가 온종일 내렸다. 오색 그 고운 연등이 비에 젖어 아플까? 무엇보다 부처님이 외로울 것 같아 보살사로 가는 시내버스에 오른다. 일요일에다 비가 와서인지 승객이 없고 혼자만 타고 보살사 종점까지 가게 되었다. 어스름 저녁에 혼자 간다니 기사분이 다소 의아해하며 말문을 연다. 부처님 외로울까 뵈러 간다고 하니 기사님은 ‘나를 대신 보시면 되지’ 하며 자신도 불교 신자로서 법주사에 가끔 간다고 한다. 마침 불교 신자를 만났으니 안심이 되었고 보살사는 천년고찰로 불리며 예부터 영
희주의 눈에 진주가 반짝인다. 웃을 때마다 초롱초롱 까만 진주알. 눈앞의 세상은 사라지고 두 개의 진주만 보인다. 예쁘다. 깜박일 때마다 눈물로 아롱진다. 반달 같은 눈썹 밑으로 푸르스름한 눈자위가 물결로 찰싹인다. 진주가 있었다고? 더욱 두 개씩이나? 빛나는 그것은 내게도 있었다. 눈 화장을 하면서 펄(pearl) 섀도를 착착 펴 바른다. 속눈썹 밑으로 눈동자가 간단없이 떨린다. 눈 감으면 해초 사이로 진주조개의 눈물이 반짝인다. 어릴 때와는 달리 퇴색하기는 했어도 진주라고 부르게 될 줄이야……. 머나먼 바닷가에 진주조개 한 마리
그녀가 느닷없이 내 공간 속으로 들어왔다. 대학 시절 우리는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했었다. 졸업 후 우리는 각자 선택한 공간으로 들깨처럼 흩어졌다. 나는 청주를 지키며 사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다. 그런 연유로 나는 타지로 흩어진 친구들이 들렀다 날아가는 방앗간 역할을 한다. 가끔 공간을 건너 그들은 내게로 오곤 했다. 12년 전 어느 날, 그녀가 청주에 잠시 들러 저녁을 먹고 헤어졌던 기억이 있다. 그런 그녀가 오랜만에 청주에 올 일이 있다고 한다. 바쁘지 않으면 잠시 보자고 톡이 왔다. 난 톡을 날렸다. 무지 바쁘지만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바다를 외면하고 있는 충북! 다행히 호수가 많아 ‘레이크 파크 르네상스’라 하여 ‘충북을 새롭게 도민을 신나게’ 민선 8기 도정의 핵심으로 많은 변화를 꾀하고 있다. 본인은 충북에서 태어나 학업을 마치고 한 번도 타도로 가본 적 없이 지금껏 살고 있으니 충북은 내 삶의 시작이며 마침으로 존재할 것이다. 대학 시절부터 문학의 길에 뜻을 두어 충북을 대표하는 몇 개의 단체에 들어 활동을 이어오는데 충북문인협회를 비롯 충북수필문학회, 충청북도시인협회 등 충북을 정신적으로도 떠나지 않고 살고 있는 셈이다. 그중에서도
청주의 관문을 들어서면 가로수 터널이 시원스럽다. 기분 좋게 시내로 진입하다 보면 청주의 젖줄인 무심천을 따라 남북으로 물길이 휘어지면서 주변의 풍경도 고풍스럽고, 오래된 지역과 신흥 주거 단지를 고루 만나게 된다. 우암산과 상당산성을 바라보면서 무심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만나기도 하고, 지루하지 않게 달릴 수 있는 레크리에이션 스포츠용 자전거길도 멋스럽다. 도심 속을 들어가다 보면 교육의 도시다운 면모가 살아나고 차 없는 거리인 성안길에는 시민들의 여유로움과 인정이 넘친다. 바닥은 보행로의 재료로 처리함으로써 차량보다 보행이 우선